타이카 와이티티는 단지 한 명의 감독이 아니라, 세계 영화계의 경계를 허문 이야기꾼이다. 뉴질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난 그는 고유의 정체성과 독창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의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았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를 품고 있으며, 로컬과 글로벌, 코미디와 드라마,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를 그려낸다. 본 글에서는 타이카 와이티티의 영화 세계를 뉴질랜드에서의 뿌리, 할리우드에서의 확장, 그리고 그의 창작 철학과 인터뷰를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뉴질랜드 감성에서 출발한 영화 세계
타이카 와이티티의 초기작은 뉴질랜드 특유의 정서와 문화가 깊이 반영되어 있다. 그의 대표적인 데뷔작 '보이(Boy)'는 1980년대 뉴질랜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과 상상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자전적 이야기로, 와이티티가 직접 아버지 역할로 출연하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였다. '보이'는 단순한 성장 드라마를 넘어, 현실의 고단함을 유머와 상상력으로 승화시키는 와이티티 특유의 서사 방식을 보여준다.
이어진 작품 '왓 위 두 인 더 섀도우즈(What We Do in the Shadows)'는 뉴질랜드 웰링턴에 거주하는 뱀파이어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기발한 설정의 코미디다. 와이티티는 이 영화에서도 전통적인 장르의 규범을 비틀며, 독특한 유머와 형식 실험을 통해 뉴질랜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뉴질랜드 로컬 감성에 뿌리를 두되, 그것을 세계 보편의 정서로 확장시키는 그의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이처럼 뉴질랜드의 지역성과 문화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의 영화 세계를 구성하는 중심축이다. 마오리 문화와 공동체적 정서, 그리고 소외된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이후 그의 헐리우드 진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테마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뉴질랜드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그곳의 감성을 전 세계 관객에게 전파한 첫 번째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리우드 진출 이후의 작품과 상징성
뉴질랜드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와이티티는 이후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긴다.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은 아니지만, 가장 상징적인 작품은 '토르: 라그나로크(Thor: Ragnarok)'이다. 마블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속에서 그는 기존 히어로 영화의 틀을 깨고, 코믹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로 토르 시리즈를 재정의했다. 형형색색의 색감, 즉흥 연기에 가까운 대사, 그리고 의외의 감정선을 통해 와이티티는 할리우드에서도 자신만의 영화 문법을 완성해 낸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조조 래빗(Jojo Rabbit)'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로, 나치 청소년이 상상 속 히틀러와 대화하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와이티티는 유대계인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여, 유머로 전쟁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면서도 감동적인 휴머니즘을 담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며, 작가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는 감독이 되었다.
이후 와이티티는 디즈니+,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 협업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확장하고 있다. '넥스트 골 윈즈(Next Goal Wins)'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에서도 여전히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그는 항상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대규모 블록버스터 안에서도 개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연출을 고수한다. 이는 그가 단순히 할리우드에 적응한 감독이 아니라, 할리우드의 틀 안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낸 독보적인 연출가임을 보여준다.
감독 인터뷰와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
타이카 와이티티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창작 철학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는 종종 '나의 영화는 나의 가족과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보이'와 '조조 래빗' 모두 어머니와의 관계,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성장이라는 테마가 반복되며, 이는 와이티티의 내면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조조 래빗'은 그의 어머니가 추천한 소설 'Caging Skies'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촬영장에서는 창작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그는 배우들에게 많은 즉흥 연기를 허용하며, 실제로 '토르: 라그나로크'의 상당수 장면은 대본보다 배우들의 애드리브에서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유쾌한 현장 분위기는 배우들에게도 큰 신뢰를 불러일으켰고, 작품의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이어졌다.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는 인터뷰에서 '타이카와 함께한 작업은 마치 친구들과 놀면서 영화를 만드는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본인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며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도 한다. '조조 래빗'에서 히틀러를 연기하거나, '왓 위 두 인 더 섀도우즈'에서 뱀파이어로 등장하는 식이다. 이는 창작자로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유쾌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려는 방식이다. 그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고, 세상을 향한 자신의 시선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에게 영화는 단지 오락이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을 위한 언어인 것이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뉴질랜드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출발했지만, 그가 펼쳐내는 상상의 세계는 국경을 넘는다. 그는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그의 영화는 웃음과 감동을 넘나들며, 다양한 세대와 문화권의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앞으로도 그는 글로벌 스크린을 무대로, 더 많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인간다움과 창의성을 노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