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으로 떠오르며, 자신만의 감수성과 시선으로 현대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는 감독으로서도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특히 여성의 성장과 정체성, 가족, 사회적 구조 안에서의 역할을 섬세하게 다루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레이디 버드(Lady Bird)',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바비(Barbie)' 등 대표작들을 통해 그녀는 '여성 서사'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그레타 거윅 특유의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은 전 세계 관객의 공감과 감탄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감성적 리얼리즘, '레이디 버드'에서의 자화상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장편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2002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성장 드라마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 칭하며,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10대 소녀다. 이 영화는 그녀와 엄마 사이의 갈등과 사랑, 첫 연애와 우정, 도시와 학교에 대한 불만과 애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도, 거윅 감독은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모든 관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무게를 싣지 않고 유쾌한 리듬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거윅은 이 작품에서 많은 부분을 자신의 유년기에서 가져왔다고 밝히며, '이 영화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감독은 크고 극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순간들 속에서 감정을 끌어내고, 그것을 독창적인 색감과 음악, 빠른 컷 전환 등을 통해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레이디 버드'는 아카데미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특히 여성 감독으로서는 드문 성과로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는 '여성 성장 영화'라는 장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전의 재해석, '작은 아씨들'의 현대적 변주
'작은 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거윅은 이 고전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수성을 더해 재구성했다. 그녀는 시간의 흐름을 선형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회상과 현재를 교차 편집하여 인물의 감정 변화와 인생의 전환점을 더 깊이 있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조 마치의 독립성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에 두며,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주제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레타 거윅은 인터뷰에서 '나는 '작은 아씨들'을 한 번도 단순한 시대극으로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의 여성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에서 조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립하는 여성'을 지향하며, 출판사와의 협상 장면은 당시 여성 작가가 겪는 현실적 제약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이 영화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 고전적인 미장센과 현대적인 카메라 워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고전 속 현대를 담아낸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영화는 평단과 관객 양쪽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포함한 여섯 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바비'를 통해 본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 탐구
2023년작 '바비(Barbie)'는 거윅 감독이 마텔(Mattel)과 협업하여 만든 상업 영화지만, 표면적인 밝고 유쾌한 톤 속에 깊은 페미니즘적 질문을 담고 있다. 바비랜드라는 이상적인 세계에서 출발한 주인공이 현실 세계를 경험하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억압,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예상외로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거윅은 이 영화를 '밝고 핑크빛이지만, 동시에 철학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며, 코미디와 판타지 속에서도 진지한 질문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 속 바비는 '완벽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에 혼란을 느끼고,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이는 단순한 장난감의 이야기를 넘어, 현대 여성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 성 역할, 외모 강박 등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현실 세계의 장면에서 바비가 처음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인간적인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는 여성 주체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비'는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그레타 거윅의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입증한 작품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단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 전반의 성찰을 유도하는 이야기로서 수많은 관객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레타 거윅은 섬세하고 진실된 시선으로 여성의 삶을 바라보며,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그녀는 기존의 영화적 문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와 스타일로 관객과 소통한다. 대표작들을 통해 우리는 '여성의 성장', '자아 찾기', '사회적 억압과 해방'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었고, 그레타 거윅은 이러한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도 않게 다룬다. 앞으로 그녀가 만들어갈 또 다른 여성 서사와 영화적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