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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Chloé Zhao) 감독, 노매드랜드, 감독 철학, 인터뷰

by 오롯한 세상 2025. 4. 24.

클로이 자오(Chloe Zhao)는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선과 감성을 지닌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온 그녀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결합 속에서 인간과 자연, 사회적 주변인에 대한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을 펼쳐 보였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노매드랜드(Nomadland)', '더 라이더(The Rider)',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의 대작 '이터널스(Eternals)'가 있으며, 특히 '노매드랜드'는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 철학과 대표작 해석, 주요 인터뷰 내용, 그리고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녀만의 영화적 언어를 조망하고자 한다.

Chloe Zhao

노매드의 시선: 공간과 사람의 공존을 그리다

'노매드랜드'는 미국 서부의 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고정된 주거지를 떠나 집 없이 살아가는 현대 유목민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펀(Fern)은 2008년 경제 불황 이후 네바다의 한 회사 도시가 붕괴되며 삶의 터전을 잃고, 밴에 의지해 떠도는 생활을 시작한다. 클로이 자오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존재와 의미를 고요하게 포착한다. 감독은 실제 유목민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을 영화에 출연시켰다. 이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연출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클로이 자오는 인터뷰에서 '나는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하며, 이 작품의 리얼리즘과 시적인 정서를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광활한 서부 대지의 풍경은 그녀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감독 철학: 자연주의와 비정형 서사의 미학

클로이 자오의 연출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서사 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녀는 이야기의 뚜렷한 기승전결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간다. 이는 '로데오 카우보이/ 더 라이더(The Rider)'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은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더 이상 로데오 경기를 할 수 없는 젊은 카우보이 브래디의 이야기를 그린다. 클로이 자오는 실제 브래디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브래디 자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였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나는 배우들이 대본을 따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접근은 자오 영화의 핵심적인 미학이자 철학이다. 인물의 작은 움직임, 침묵, 사소한 대화 속에 감정의 파동이 숨어 있으며, 이는 관객에게 천천히 스며든다. 자오의 영화는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함께 살아보는 경험에 가깝다.

인터뷰와 제작 비하인드: 카메라 뒤의 따뜻한 시선

클로이 자오의 작업 방식은 겸손하면서도 철저하다.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장면을 스스로 촬영하거나, 촬영 감독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조율한다. '노매드랜드'의 촬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대부분 진행되었으며, 자오 감독은 철저한 로케이션 헌팅과 인물 인터뷰를 통해 지역과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파악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와의 협업도 주목할 만하다. 자오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한 극영화가 아닌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기를 원했으며, 맥도먼드는 그녀의 비전에 깊이 공감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맥도먼드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배우가 제작자이자 동료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강조했다. 한편, 마블의 '이터널스'에서는 그녀의 연출 방식이 블록버스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자오 감독은 대규모 CG와 액션 시퀀스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선과 존재의 의미를 섬세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나는 관객이 스펙터클 뒤에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녀가 장르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유지하는 인간 중심적 영화관을 드러낸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시적이면서도 리얼리즘에 기반한 독창적인 영화 언어로 세계 영화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카메라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연과 인간,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조명한다. 연출 철학과 작품 해석, 인터뷰 발언을 통해 본 자오의 영화는 단순히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가깝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지를 기대하며, 우리는 그녀의 카메라가 비추는 또 다른 삶의 풍경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