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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 공포미학, 가족서사, 감독인터뷰

by 오롯한 세상 2025. 4. 24.

현대 공포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감독, 아리 애스터(Ari Aster)는 단순한 공포 연출을 넘어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과 집단 심리, 그리고 가족이라는 구조의 해체를 통해 관객의 심리를 뒤흔든다. 그의 대표작 '유전(Hereditary)'과 '미드소마(Midsommar)', 그리고 최근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까지, 애스터는 장르적 테두리를 뛰어넘는 연출과 기획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 글에서는 그의 감독 철학과 작품 해석, 인터뷰 발언 및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바탕으로 아리 애스터의 영화관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Ari Aster

공포미학: 불안을 조율하는 감독

아리 애스터는 '나는 공포 영화를 만든다기보다는,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든다'라고 말한다. 그의 영화에는 점프 스케어나 전형적인 괴물이 없다. 대신, 천천히 조여 오는 불안과 감정의 분열, 공간적 이질감, 소리의 설계가 관객의 심리를 옥죈다. 대표작 '유전(Hereditary)'은 그 방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가장 안전해 보여야 할 공동체가 붕괴되는 과정을 통해 초자연적인 공포보다 심리적 공포를 강조한다. 주인공 애니는 모친의 죽음을 시작으로 점차 현실과 환각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이는 고통스러운 가족 서사와 얽히며 극도의 긴장을 형성한다. 애스터는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공포를 연기하지 말고, 진실을 연기하라'라고 주문했으며, 그 결과 극의 몰입도는 극대화되었다. 음향 설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의 유명한 혀 차는 소리('클럭')는 단순한 사운드 효과를 넘어, 가족 간 단절과 은밀한 공포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세밀한 연출은 그가 스탠리 큐브릭, 잉마르 베리만 등의 거장들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공포를 통해 사람의 깊은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장르를 내러티브의 도구로 삼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족서사와 심리의 해체

애스터의 영화 세계는 본질적으로 '가족'이라는 구조에 대한 탐색이자 해체다. '미드소마(Midsommar)'는 그 대표적인 예로, 주인공 대니가 가족을 잃고 연인과 함께 스웨덴의 이교도 마을을 방문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다룬다. 이 작품은 광채 가득한 낮의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잔혹하고 기괴한 의식을 통해 기존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뒤집는다. 감독은 '미드소마는 관계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별을 장례처럼 겪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의 플롯은 대니가 이교 집단과의 만남을 통해 이전 가족의 죽음을 대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비극의 치유와 망상의 경계에 있는 감정선을 다룬 것이다. 감정의 극단에서 정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애스터의 연출은 공포를 감정의 언어로 번역해 낸다. 제작 비하인드에서는 촬영 당시 스웨덴이 아닌 헝가리의 시골 마을에서 진행되었으며, 감독은 마을 전체를 세트처럼 디자인하여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했다. 그는 모든 의상과 미술, 상징적 요소에까지 철저한 의미를 부여하며, 시청각적 몰입을 통해 감정적 공포를 극대화했다.

감독인터뷰와 창작 과정의 진실

아리 애스터는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창작 배경과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뉴욕 대학교(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여러 단편을 제작했고, 특히 'The Strange Thing About the Johnsons'라는 단편은 그가 가족 내부의 금기와 트라우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불편한 진실에 끌린다. 우리가 외면하려는 이야기 속에 진짜 감정이 숨겨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가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해부를 목적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영화는 한 편의 심리극이자, 감정적 외상에 대한 실험적인 치유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에서는 공포보다는 오히려 실존주의적 불안과 인간의 무력함을 중심에 둔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극단적으로 혼란스럽고 불편한 캐릭터를 내세워, 현대인의 정체성 불안과 외부 세계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가장 개인적인 영화이며, 내가 만든 모든 영화 중 가장 진심에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 아리 애스터는 매 작품마다 고통, 공포, 불안을 새로운 시청각 언어로 번역하며, 관객에게는 감정의 지층을 탐험하는 여정을 제공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관객이 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감정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듯, 그의 영화는 상영이 끝난 후에야 진정한 울림을 갖는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감정, 트라우마, 인간의 실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창작자 중 하나이다. 그의 영화는 단순히 무서운 장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무의식에 잠재된 불안과 상처를 끌어올리는 심리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철저하게 계산된 미장센과 감정 중심의 연출, 그리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가족 해체 서사를 통해 그는 현대 공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그리고 어떤 감정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들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