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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란 칸다리, 불평등을 그리는 감독, 대표작, 인터뷰, 영화철학

by 오롯한 세상 2025. 4. 26.

현대 인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중 하나인 '카란 칸다리(Karan Kandhari)'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평등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창작자다. 그는 화려함과 환상을 넘어서, 카메라를 통해 현실을 조명하며 목소리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의 작품은 시청각적 아름다움보다는 메시지와 맥락의 힘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이 글에서는 카란 칸다리 감독의 영화 철학과 대표작에 대한 리뷰 및 해석, 그리고 제작 비하인드와 감독의 진솔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자 한다.

Karan Kandhari

『시멘트의 도시』와 『남쪽의 하늘』: 대표작 속 불평등의 풍경

칸다리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시멘트의 도시』는 도시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대도시 뭄바이의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명령을 받은 한 가족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는 공간의 변화가 한 개인의 삶에 어떤 폭력으로 다가오는지를 정교하게 묘사한다. 영화는 빠른 편집이나 자극적인 대사를 배제한 채,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을 통해 현실의 잔혹함을 드러낸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어린 소녀 '디야'가 하루 종일 벽에 낙서를 하며 기다리는 장면이다. 이 낙서 위로 무너져 내리는 벽은, 소녀의 꿈과 희망이 도시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개발이라는 말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을 전한다. 다른 대표작인 『남쪽의 하늘』은 카스트 문제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낮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시 쓰기를 즐기는 젊은 노동자 '라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문학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만, 사회는 그의 출신과 신분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 후반, 라훌이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할 만큼 강렬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칸다리는 이 두 작품을 통해 단순한 피해자 서사에서 벗어나, 각 인물이 어떻게 존엄을 지키고 주체로서 싸워나가는지를 포착한다. 그는 불평등을 소재로 삼되, 피해를 과잉 소비하지 않으며, 인물에게 서사를 돌려준다. 이런 면에서 그의 영화는 윤리적이며 동시에 심미적이다.

창작의 배경과 진심: 감독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

카란 칸다리는 영화 촬영 전에 반드시 '현장'을 체험한다고 밝혔다. 『시멘트의 도시』를 준비하며 그는 실제 철거 예정지에서 6개월간 생활했고, 『남쪽의 하늘』을 위해서는 카스트 차별로 인한 피해 사례를 수십 건 이상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접근은 그가 배우를 지도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전문 배우보다는 지역 주민이나 비전문 연기자를 기용하여, 연출보다는 '기록'의 방식으로 장면을 구성한다. 실제 『남쪽의 하늘』의 라훌 역을 맡은 배우는 본래 건설 노동자로, 영화 현장에서 일하며 우연히 감독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는 "라훌의 대사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라훌이었기 때문"이라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칸다리는 자신의 영화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닌 '질문을 남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 혼란스러웠으면 좋겠다. 그 혼란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편집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명확한 결말이나 갈등 해소 없이 영화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의도적으로 구성된 내러티브 부재라 할 수 있다.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 가장 잘 알려진 일화는, 『시멘트의 도시』의 엔딩 장면에서 실제 철거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이 장면은 허가 없이 촬영되었으며, 그로 인해 제작진이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이 장면이 "가짜가 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위험을 감수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현실을 압도하는 리얼리즘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카란 칸다리 감독은 오늘날 인도 사회의 현실을 예술적 도구로 기록하는 감독이다. 그는 영화를 통해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침묵을 끌어올리고, 그 안에서 존엄을 찾는 개인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시멘트의 도시』와 『남쪽의 하늘』은 그가 지닌 철학과 미학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관객이 단지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고 사유하는' 영화로 기능한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과장된 감정 연출 없이도, 그는 진정한 리얼리즘의 힘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그의 영화가 우리에게 던질 질문들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현실을 응시하는 카메라: 칸다리의 영화철학

카란 칸다리는 일관되게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 문제를 영화의 중심 주제로 삼아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영화를 통해 침묵당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카메라는 항상 낮은 곳을 향한다. 누군가에게는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로 작용하는 그 '틀'을 드러내는 것이 그의 영화의 본질이다. 그는 상업성과 타협하지 않는다. 작품마다 자본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로컬 배우들과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하는 방식은 단지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니라, '진짜 얼굴'을 담고자 하는 그의 철학의 반영이다. 실제로 칸다리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해 인물의 호흡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는 '관조'보다는 '함께 걷기'를 지향하며, 관객이 마치 인물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고통받고 분노하고 웃도록 만든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대체로 도시 주변부의 인물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불쌍한 사람들'로 소비되지 않는다. 그들은 삶의 주체로서 존재하며,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칸다리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이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의 영화는 감상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며 사회적 자각을 이끌어낸다.